오늘, 다벨을 떠났다. 떠나기 하루 전날, 전체 모임 자리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몸이 아플만큼 밀려오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싶었다. 

런던으로 돌아온 지금, 남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내 생애 없었던 강렬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의 삶에 대해 여기에는 쓰지 않을 것이다.

그 곳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쓴 글을 통해서 공동체를  접하는 것보다

직접와서 보고 경험하기를 바라셨다. 나는 이제 내게는 그리운, 그 분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다.

그러나, 단 하나, 내가 보고 듣고 나눈 그 곳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이 것만은 살짝 여기에 속삭이고 싶다. 그 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며.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만났을때 내 마음은 멈추었다.

 

‘To treat others merely as the means to an economic end is a sin.’

‘사람들을 경제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만 대하는 것은 죄이다.’

 

마이어씨 가족과 함께한 마지막 저녁 식사시간에 나는 할아버지에게 여쭈어보았다.

 

“나는 이제 사악함으로 가득한 바깥 세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거기서 악과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약한 존재입니다.”

 

할아버지는 단호하게 말씀 하셨다.

 

 

“No, you are not.

 

-얘야, 아니다. 너는 약한 존재가 아니란다.

 

가서 너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거라."

 

 

 

 

식사가 끝나고 가족들이 테이블을 치울 때, 마이어씨는 우리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와 소파에 앉아

더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두 분은 공동체 안에서 만나 결혼하신 건가요?”

 

“그렇단다. 영국에서 파라과이로 떠나는 배를 탔을때 나는 세 살 반이었고, 할머니는 한 살 반이었어.

우리는 그때 같은 배 안에 있었단다. 우리 공동체는 독일에서 시작되었는데, 영국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2차 대전이 일어나 영국과 독일이 전쟁을 하자 영국인과 독일인이 섞여지내던 우리 공동체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어.

우리는 새로 살 곳을 찾아야만 했단다. 그 당시에 전쟁을 하고 있는 영국인과 독일인을 함께 받아주는 나라는

이 세상에 딱 한 나라, 파라과이 밖에 없었단다. 우린 다른 나라들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지.

그래서 우리는 파라과이로 가게 되었어. 거기서 농사를 지어본적도 별도 없던 사무직 일을 주로 해오던 사람들이,

8000에어커(?)의 땅을 사서 나무로 가득한 그 땅을 농사 짓는 곳으로 만들기 시작했단다.

그때는 기계도 없어서 손으로 다 일을 했는데 그 많은 나무를 베고 쓰러뜨리고 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을 했어.

우리는 정글을 농장으로 만들었던 것이지.

 

파라과이는 호주랑 기후가 비슷한데 열대지역도 있단다.

이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렴. 저게 바로 우리가 자랐던 파라과이 풍경이야.”

 

 

 

 

“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에 따라 살지 않았던 때도 있었어. 그렇지만 한번도 이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 열여섯살 때 나는 공동체를 떠났어. 공동체 밖으로 나가 그 곳 주민들이 쓰는 인디언 말을 배웠단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한국말이 그 때 내가 배웠던 인디언들의 말이랑 아주 비슷하게 들리는 구나.”

 

 

 

 

영국 남부에 위치한, 초기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라 개인 재산을 포기하고 단순, 소박한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다벨 공동체.

 

http://www.bruderhof.com/en

 

 

이 곳에서의 일주일이 지나갔다. 이 곳의 노동강도는 쎘다. 그러나, 매일 아침 300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던 그 부엌, 그리울 것이다. 그 부엌 창밖으로 보이던 막 봄이 오고 있던 영국의 풍경이랑, 숙소에서 부엌에 가던 길에 피어나던 보라색 겨울 아이리스랑, 하얀색 스노우 드롭이랑, 숙소 창밖으로 보이던 녹색으로 반짝반짝 거리는 잎과 빨간 열매를 달고 있던 할리 나무랑, 어떤 날 아침에는 안개가 끼어 정오가 되어서야 걷히고, 어떤 날 밤은 날이 하도 맑아서 오리온 자리에서 빛나는 별이 그렇게 크고 밝을 수가 없었던, 그 사람들이 살던 그 마을, 그리울 것이다.

 

Posted by 혜선, :